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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 일본의 이민정책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031명으로 30년 전 73만678명에서 3분의 1토막 났고, 중위연령은 28세에서 45세로 치솟았다. 실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가 일정 궤도에 오른 국가들은 예외 없이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에 직면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 유치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이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때만 해도 일본보다 제도적으로는 이민정책에서 앞섰다. 하지만 이후 일본의 적극적인 변신으로 역전당했다. 이대로는 조만간 도래할 ‘이민 유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이민청도 없다. 2022년 한일 양국의 이민자 수 상위 10개국 중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6개국이 동일했다. 지리적·문화적으로도 이민자 유치에서 한일 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특히 전문인력 제도 등 최근 일본의 정책은 한국보다 앞서 나아가고 있다.

자료: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445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445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4453#home

매일경제신문 https://www.mk.co.kr/news/economy/10747654

https://www.mk.co.kr/news/economy/10747666

델코지식정보

https://www.delco.co.kr/



1. 일본 이미 한국 앞질렀다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으로 유명했던 일본은 “제도에 있어서는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혁신적인 변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 노동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 문제가 지방을 넘어 도쿄까지 퍼졌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고령화의 여파다. 일본은 1995년 고령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7% 이상)에 진입했고, 200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0.2%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가 됐다. 1995년 8700만명으로 정점이었던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64세 이하 인구)는 현재 7420만명(2022년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 경기도 인구(1360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증발한 셈이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으로 유명했던 일본도 달라졌다. 외국 인력을 받아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민 정책을 바꾸고 인력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초대 출입국재류관리청장 사사키 쇼코(佐々木聖子)는 “지금 일본은 (외국인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라고 강조한다. 출입국재류관리청은 일본의 이민청 격인 기관이다. 일본은 지난 2019년 이 기관을 신설하면서 아직 이민청이 없는 한국을 한발 앞서 나갔다.



2. 일본 기능실습제 폐지

일본은 특히 ‘외국인을 들여오는 문’ 자체를 바꿀 정도로 적극적이다. ‘기능실습제’ 폐지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일본이 1993년부터 30년간 운용한 해외 저숙련노동자 채용 창구다. 개발도상국의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정 수준 기술을 연수하면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2022년 기준 일본의 외국인 수는 307만5213명으로 사상 처음 300만 명을 넘었다. 유학생과 영주권자를 제외한 150만명의 외국인 가운데 약 20%(32만5000명)가 기능실습제를 통해 들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실제 이 제도는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잘 가르친 뒤 돌려 보내 국제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제도라는 게 일본 정부의 주장이었다. 이 제도를 통해 취업한 외국인은 몇 번의 체류 연장에 성공한다 해도 최대 5년까지만 일본에 머물 수 있다. 신분도 ‘노동자’가 아니라 ‘실습생’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외국인에게 반감이 큰 국민 정서의 눈치를 봤기 때문에 이런 ‘반쪽 제도’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존재해왔다.



기껏 외국인을 교육해 숙련 인재로 키워도 지속해서 고용을 이어갈 수 없다는 한계도 명확했다. 외국인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으니 장시간 노동, 낮은 급여 등 인권 침해 논란도 심했다. 미국 국무부가 2021년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도 “외국을 거점으로 하는 인신 매매업자와 국내 업자가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 계속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이런 비판과 노동력 부족 현상 등을 고려해 2023. 4월부터 이 제도에 대한 폐지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전문가 회의는 “기능실습제도 실습생의 노동력을 (일본이)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더이상 ‘국제 공헌’만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폐지안 초안을 작성했다.



3. 일본 특정기능비자 2종류 제도운영

일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가 일본에 오랫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2019년 시작된 특정기능비자 확대 조처도 그 일환이다. ‘특정기능’은 일손이 특히 부족한 개호(간호·돌봄), 농업·건설·조선업 등 12개 분야에 한해, 외국인 고용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한 비자 제도로 1호와 2호로 나뉜다. 1호는 ‘상당한 정도의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2호는 ‘작업반장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인재’가 자격 요건이다.

2019년 4월 일본 정부는 기술숙련직 이민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특정기능 1·2호 비자를 도입했다. 한국의 비전문인력(E-9)·특정활동(E-7) 비자와 유사하다. 일본은 비전문인력과 중숙련 근로자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 숙련도와 전문성별 비자 제도를 완비한 것이다.

1호 비자

1호 비자의 가장 큰 특징은 기능실습제와 달리 체류 중에 업종 내 이직이 가능하다. 외국인이 보다 다양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1호는 12개 업종에서 허가하고 있다. 한국도 아직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는 이직을 허용했다는 건 상당한 파격이다. 도입 첫해 1621명이던 특정기능 1호 자격자는 2022년 13만915명으로 급증하면서 일본 각지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있다.

1호 비자의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다. 한국에서는 도입을 두고 '뜨거운 감자'인 외국인 가사도우미도 일본은 2017년부터 도쿄와 지바·가나가와·아이치현 등 6개 특별구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국도 2023년 하반기 도입을 추진 중인데 일본식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개인 간 사적 고용은 허용하지 않으며, 외국인을 특정 기관이나 기업이 고용한 뒤 수요자가 기업과 파견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집에서 같이 거주하는 '정주' 형태는 허용되지 않고 출퇴근 형태로 일하며 숙소는 고용 주체인 기업이 제공한다. 내국인과 같은 노동관계법이 적용돼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가 적용된다.

다만 일본 내 수요는 그리 많지 않아 작년 6월 기준 활동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1067명이다. 2017년 도입 후 매년 비슷한 규모다. 2023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1엔(약 9500원)으로 한국과 비슷한데, 만만치 않은 비용 부담에 주로 일본 내 고소득 외국인이 이용한다.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가사도우미의 사적 고용도 가능하다.

사례로 일본의 요양시설인 ‘너싱빌라’는 4명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기능 1호 비자로 일본 땅을 밟았다. 이들은 비자 자격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민간 교육 기관에서 6개월간 일본어와 돌봄 실기를 공부했다. 일본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화장실 에티켓, 교통 법규는 물론이고 ‘시간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일본의 조직 문화까지 배웠다.

1호 비자 발급 가능 업종으로 지정된 현장의 만족도도 높다. 너싱빌라 요양원 책임자는 “일본인을 채용하려면 관련 경력이 없는 60대 이상이라도 소개비 50만 엔(약 500만 원)을 내야 한다. 그마저도 일본인은 2~3일 일하고 관두거나, 채용 면접 당일 안 오는 경우가 많다. 채용한 외국인이 가능한 한 오래 일하길 바란다. 우리가 먼저 그들 나라 관련 안내 책자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일본인 직원에게 나눠주고 가까운 마트의 쇼핑 정보를 공유하는 등 적응을 도울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 7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일본 인력송출업체는 “인력을 보내기 전에 가족이 어떤 사람인지까지 철저히 조사한다. 업종에 맞는 교육을 6개월씩 진행하고 철저히 뽑다 보니 불법 체류로 빠지는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2호 비자

특히 2호 비자를 받으면 기간 제한 없이 일본에 체류할 수 있고, 가족도 동반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특정기능 1호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보고, 2호 업종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호는 건설·조선의 2개 분야에서만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1호 자격으로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최대 근속 기간인 5년이 지난 후에도 일본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2호 업종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4. 일본 해외 IT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 2종류 제도 운영

고도전문직 비자

일본의 고도전문직 비자는 학술연구, 전문기술, 경영·관리 등에 종사하는 이민자에게 주어진다. 점수제로 평가되며 120점 만점에 70점을 넘어야 통과된다. 80점을 넘으면 1년만 거주해도 영주권 신청자격을 주는 인센티브를 받는다. 한국의 경우 2023년부터 도입된 첨단산업 전문인력(E-7-S) 비자를 통해 영주권 패스트트랙을 밟더라도 최소 3년이 소요된다.

짧은 기간에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는 게 고도전문직 비자의 장점이다. 일본의 이민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혜택이다. 부모 체류 보장은 물론이고 배우자의 취업 활동도 허용하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는 특혜도 있다. 예전에는 일본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불법이었다. 현재 한국 내 어떤 비자도 이민자에게 보장해주지 않는 특혜다.

특별고도인재 비자

2023년 4월에는 기시다 내각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특별고도인재' 비자까지 도입했다. 일본 체류 이민자 중 연소득 2000만~4000만엔 이상, 전문직 근무 경력 5~10년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기존 점수제조차 적용받지 않는다. 기존 '고도전문직' 비자의 혜택을 모두 받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1명이 추가돼 2명까지 고용할 수 있고, 배우자가 취업할 수 있는 범위도 훨씬 넓어진다. 국제공항에서는 외교관 대우에 준하는 입·출국 수속 '패스트트랙' 혜택까지 받는다. 일본은 특별고도인재 비자까지 도입돼 앞으로 일본에 일하러 오는 외국인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5. 일본 IT 고급 인력 이민자수 한국의 10배

일본도 한국만큼이나 단일 민족주의가 강하다. 그러나 일본은 외국인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주요 인력 송출국인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과 펼치는 경쟁이 치열해지고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IT전문가 등 고급 인력은 물론이고, 인력난이 심한 고령층 돌봄 인력을 중심으로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양질의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2022년 6월 기준 일본 내 외국인은 30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에 불과하다. 주요 7개국(G7) 평균 이민자 비율이 13%인 것을 감안하면, 이민만큼은 아직 후진국 수준이다. 하지만 외국인 비중이 한국(4.5%)보다 낮아도 선진 이민제도와 정주 여건을 앞세워 영주권 비중은 한국의 3배, 전문인력은 10배나 된다.

2012년만 해도 일본의 전문인력 이민자는 18만 명으로 한국(6만 명)의 3배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50만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5만 명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전체 이민자 중에서 고급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도 일본은 8.1%에서 10년 만에 16.7%로 2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한국은 4.2%에서 2.6%로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고급 인력이 앞다퉈 일본을 찾으면서 이민 선진국의 요건인 영주권자 등 장기체류자들이 일본은 2022년 86만명을 넘어 전체의 30%에 육박하게 됐다. 한국은 18만 명으로 비중이 고작 8%에 불과하다.




6. 이민자와의 갈등 해소 사례: 수도권 시바조노 아파트 단지(芝園団地)

일본의 수도권인 사이타마 현 가와구치(川口)시에 위치한 ‘시바조노 단지(芝園団地)’는 아파트 단지다. 단지 거주 인구는 총 4618명. 이 가운데 2037명은 일본인이고 2581명은 외국인이다. 총인구 중 외국인 비율은 55.9%로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이곳이 일본 사회의 외국인 수용 인식 변화의 정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으로 유명해진 이유다. 시바조노 단지는 10년에 걸쳐 주민 간 갈등과 혐오를 서서히 지워가고 있다. 일본 학계와 언론은 이곳에 관심을 꾸준히 가지며 일본 사회의 미래를 예상해 보고 있다.

시바조노 단지는 1978년 입주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외국인이 늘어난 건 1990년 이후였다. 자녀가 성장한 일본인 가정이 이사하면 그 자리에 중국인이 입주했다. 특별히 중국인이 많아진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오카자키는 “외국인이 일본에서 집을 구하려면 일본인의 보증을 요구하거나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은 공공기관 성격인 도시재생기구가 관리하는 아파트라 그런 조건은 없는데 이런 장점이 중국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도시재생기구는 일정 소득 기준을 넘으면 외국인에게도 임대한다. 월 소득이 월세의 4배 이상이면 임대를 주는 식이다. 이곳에 사는 중국인 대부분은 IT기업 노동자로 소득 수준이 높다. 도쿄 도심까지 지하철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어 출퇴근이 쉬우면서 임대료는 도쿄보다 싼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09년 8월쯤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000명을 넘어섰다. 당시만 해도 갈등이 적지 않았다. 생활 습관이 다른 일본인과 중국인은 소음과 쓰레기 분리수거 등 문제에서 주로 부딪혔다. 일본 언론은 2010년쯤부터 이곳을 ‘중국인에게 지배당한 차이나(China) 단지’라고 소개하기 시작했다. ‘무질서하고 일본인은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갈등은 2014년 최고조에 달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혐오 낙서가 가득 적힌 벤치가 발견됐다. 주민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는 의자와 책상에는 “더러운 중국인은 나가라”, “중국 여자는 매춘부”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혐오를 녹인 건 학생들이었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모여 자원봉사 단체를 만들었다. 그들은 “시바조노 단지의 일본인과 외국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며 ‘가교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혐오 문구가 가득했던 벤치는 알록달록한 핸드프린팅으로 덮었다.

단지 주민도 학생들의 노력에 호응해 변화했다. 2014년 7명 모두 일본인으로만 채워져 있던 주민 자치회에 외국인 임원을 넣었다. 외국인 임원의 수는 2022년 기준 총 임원 10명 중 4명으로 늘었다. 생활 습관을 알리는 안내문에 일본어 외에 중국어 등 외국어도 함께 실었다. 지금은 극심한 국적 간 갈등은 거의 사라졌다.

다만 아직도 일본인과 외국인이 함께 잘 어울려 지낸다고 표현하긴 어렵다. ‘조용한 분단’ 상태다. 같은 공간에 ‘공존(共存)’할 뿐 ‘공생(共生)’하진 않는단 의미다. 아직 일본인과 외국인으로 갈라져 있는 게 사실이다.

시바조노 단지에 사는 일본인 대부분은 70대 이상 노인이지만 외국인은 아이를 키우는 40대가 많아 접점이 생기기 어렵다. 개인주의가 퍼진 현대 사회의 분위기상 주민 화합 정도 자체가 약해진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혐오 만은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으려는 노력도 평가받아야 한다.



7. 이민청 개설

이민에 소극적이던 일본이 급격하게 변화한 데는 역시 자국의 심각한 고령화로 인력 부족이 한계치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국인 한국에 밀렸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이민정책과 관련해 서로 제도를 참고하고 개선하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 한국이 1990년대 산업연수생 제도를 만들 때 일본의 기능실습제에 영향을 받았고, 일본은 특정기능 제도를 만들면서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참고했다.

2004년 한국이 고용허가제를 만들 때만 해도 한국이 앞서나가는 듯 보였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임금 상승 속도도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 일본의 임금이 30년 가까이 정체한 반면, 한국은 계속 오르면서 전반적인 이민 여건에서도 일본이 크게 뒤처졌다. 그래서 한국보다 매력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외국인 노동자가 일본으로 온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일본은 굉장히 오래 생각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무섭게 변한다. 일본이 이제 외국인에게 ’선택받을’ 생각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데려올’ 고민만 하고 있다. 국내 제도가 2004년 만든 고용허가제에서 20년간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 일본이 제도적으로는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급격한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이직 허용은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다. 이직이 가능해지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도시로 지방 인력을 빼앗기거나 불법체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도 이직 허용과 관련해 지역 내 이동을 규제하는 등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우려들이 있지만,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이 너무 심각하기에 큰 모험을 하는 셈이다.

이민청 설립도 일본이 한국을 앞섰다. 일본은 2019년 4월 법무성(한국 법무부에 해당) 아래 이민청 격인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신설했다. 법무성, 경제산업성, 후생노동성, 총무성, 국토교통성 등 7개 부처에 산재해 있던 이민 관련 업무를 한데 모아 설립했다. 출입국재류관리청은 외국인 체류 기간 갱신, 영주 심사, 밀입국자 및 불법체류자 단속 등 일본 내 이민자 관련 전반적인 관리를 맡는다. 일본 정부는 당시 국(局)이었던 기관을 청(廳) 단위 기구로 격상하면서 인력도 10% 이상(4870명→5432명) 늘렸다. 일본이 컨트롤타워 출범 후 쏟아낸 이민 활성화 정책만 218개에 달한다.

한국은 이제서야 이민청 설립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섰다. 이민청 신설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에도 법무부가 “출입국관리국을 외청화해 2010년까지 미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운영 중인 이민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여론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

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을 공포할 때 출입국과 통합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이민청 설립도 같이 했어야 했다. 당시는 실험 단계여서 미뤘다고 해도 아직도 설립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

한국은 비자 체계가 지나치게 분절화돼 있고, 비자 간 전환이 까다로운 경직된 구조다. 한국은 체류기간 연장 등의 혜택이 부여되는 E-7-4 비자의 경우, 2022년 허용 인원이 2000명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시험을 통과한 인원은 1781명에 불과했다.



8. 결론

한국이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때만 해도 일본보다 제도적으로는 이민정책에서 앞섰다. 하지만 이후 일본의 적극적인 변신으로 역전당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사람이 자원인 젊고 조밀한 나라였다. 1992년 한국에는 73만678명이 탄생했고, 모든 한국인을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이의 나이인 중위연령은 27.9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이제는 마치 전설 속에서나 존재했을 법한 수치가 돼 버렸다.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031명으로 30년 만에 3분의 1토막 났고, 중위연령은 45세로 치솟았다.

인구가 줄고, 젊은이는 더 많이 감소하다 보니 일할 수 있는 노동력 역시 심각할 정도로 줄었다. 이 때문에 농어업이나 제조업 등 생산 현장에서는 이미 외국인 없이는 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좁게는 노동력 부족 현상 해결, 넓게는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 및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 유지를 위해 이민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민청 하나 만들지 못한 데다가 외국인 노동력 유입도 20년 전 만들어진 고용허가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대로는 조만간 도래할 ‘이민 유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가 일정 궤도에 오른 국가들은 예외 없이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에 직면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이민 유치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업종 간 이동은 허용하지 않지만, 사업장 이동은 제한하지 않아 외국인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한국과 일본을 저울질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비교우위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2022년 한일 양국의 이민자 수 상위 10개국 중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6개국이 동일했다. 지리적·문화적으로도 이민자 유치에서 한일 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과거에는 일본이 한국에 이민정책을 배우러 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반대가 됐다. 전문인력 제도 등 최근 일본의 정책은 한국보다 앞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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