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 식량/곡물 위기와 새만금 식량 콤비나트
우리나라의 2019년 식량자급률은 45.8%다. 쌀·밀·옥수수·콩 등 식량 작물의 54.2%는 수입에 의존한다. 곡물자급률 개념도 있다. 소·돼지·닭 등 축산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해 계산한 자급률이다. 곡물자급률이 식량안보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2019년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1.0%다. 곡물 수요의 79%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것이다.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최저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이유는 사료용 옥수수와 밀 자급률이 1%도 안 되기 때문이다.
부족한 곡물을 해외 수입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큰일이다. 코로나19 발생한 이후 상황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가 발생하자 러시아와 베트남 같은 곡물 수출국들이 긴급 수출 중단을 취했다. 세계 교역망이 붕괴 조짐을 보이자, 자국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생산된 곡물의 해외 반출을 금지한 것이다. 수출 제한 조치가 한두 달 새 풀렸지만, 위기 시에 식량 교역이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새만금에 곡물 가공유통기지를 만들자는 의견이 등장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의 토지 면적은 291㎢(2만9100㏊)로 강화도(302㎢)만 한 땅이다. 밀, 옥수수, 콩과 같은 곡물을 해외에서 들여와 가공도 하면서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기지를 건설하면 식량안보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터미널과 가공기지 자체가 비축기지 역할이기에, 유사시에 곡물을 가장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된 곡물이 제3국을 거쳐 수요지로 이동하면 하역과 선적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에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곡물을 생산지에서 싣고 들어와 내렸다가 다시 수출하는 모델은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다. 원물 그대로를 단순 중개하는 사업보다는 원물을 들여다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는 한국적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이런 모델이 식량 콤비나트로 곡물과 식품 종합가공유통기지다.
매일경제의 신문기사인 ‘흔들리는 식량안보…새만금 '식량 콤비나트'가 돌파구 될까’에서 정리하였다.
자료: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1/08/790089/ 흔들리는 식량안보…새만금 '식량 콤비나트'가 돌파구 될까 [스페셜 리포트]
델코지식정보
https://www.delco.co.kr/
http://www.retailon.kr/on/
해외 농업도 위기 땐 취약
우리 정부는 식량안보 문제 대안으로 해외 농업에 진출했다. 많은 기업이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남미 등으로 해외 농업 투자에 나섰고,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10년쯤 지나자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가 러시아 연해주의 대단위 곡물 농업이다. 롯데상사와 서울사료가 각각 수천만 평 땅에서 옥수수와 콩 등 곡물을 재배해 국내로 들여온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긴급 수출 제한 조치로 잠시 발이 묶이더니, 2021년 들어서는 러시아 정부가 수출관세와 탄력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수확한 작물의 국내 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대두(콩)에 대해 20%의 수출관세를, 옥수수에는 t당 50달러의 탄력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지 생산 물량을 국내로 들여오려면 관세 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현지에서 판매해야 한다. 최근 들어 국제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이라, 수익은 좋아지고 있지만, 애초에 국내 반입을 하려던 물량이 막혀있는 셈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국내 반입이 막히는 해외 농업은 식량안보 해결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식량안보 우려의 큰 대목은 기후변화다. 전 세계의 기상 이변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장마가 47일간 지속됐던 2020년 우리나라는 쌀 작황이 극심하게 부진했다.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6.4% 감소한 351만t에 그치면서 쌀 자급률이 90%에도 못 미쳤다. 2017년 103.4%에 달했던 쌀 자급률은 2018년 97.3%, 2019년 92.1%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중국이 원자재에 이어 곡물에서도 블랙홀이 되고 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 상승으로, 육류 소비량이 늘고 있다. 현재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한국이 16㎏, 중국은 6㎏ 정도다. 중국의 1인당 소비량이 5㎏에서 6㎏으로 늘어나는 데 5년이 걸렸다. 향후 1㎏ 더 늘기까지 훨씬 짧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인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이 1㎏ 증가한다는 건 145만t의 쇠고기가 추가로 필요하다. 브라질, 미국에 이어 쇠고기 수출 3위인 호주의 연간 수출 물량이 140만t 정도다. 호주의 1년간 쇠고기 수출 물량을 전부 흡수하는 규모다. 특히 쇠고기 1㎏을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옥수수가 16㎏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이 1㎏ 증가하면 옥수수 2300만t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 연간 옥수수 수요량의 2배를 넘는다. 여기에 돼지고기 닭고기 등 다른 축산물 소비 증가까지 감안하면, 중국이 세계 곡물시장에 끼칠 파장이 크다.
곡물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 기세도 무섭다. 국제 옥수수 가격은 1년 전보다 70% 이상 올랐고, 밀과 대두 가격도 40~50% 상승률이다. 해상 운임도 가파르게 상승해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 가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2021년 6월 말 기준 11년 만에 최고가 기록유지다.
쌀을 빼곤 부족한 곡물 비축
식량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는 비축이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비축 물량을 넉넉히 확보하면 버틸 힘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비축량은 넉넉하지 않다.
가장 비축이 잘되는 쌀도 마찬가지다. 매년 생산된 쌀의 10% 정도를 농가로부터 수매해 비축해 놓고 있다가 시장 상황에 따라 물량을 풀고 있다. 2020년 10월 말 기준 98만t 정도의 쌀을 비축해 놓고 있다. 이는 연간 수요량(2019년 470만5000t)의 21% 정도로 대략 2.4개월분이다. 그러나 2020년 쌀 작황 악화로 비축분 방출이 늘어, 현재 실제 비축량은 더 줄었다.
우리의 비축량은 주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식량 주산지에서는 3개월분 이상, 주 소비지에서는 6개월분 이상을 비축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쌀 100만t, 밀 2.3개월분, 기타 사료곡물은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1개월분, 정부가 추가로 1개월분을 비축하고 있다.
그나마 쌀은 상황이 나은 편이고, 다른 식량 작물인 밀, 콩, 옥수수에 비축은 매우 미흡하다. 공식적으로 밀과 콩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을 통해 매년 생산량의 25% 수준을 목표로 비축하고 있다. 문제는 밀과 콩의 자급률이 각각 0.7%와 26.7%에 그치고 있어 생산 물량의 일정 비율을 비축해봐야 시장 수요에는 턱없이 적다. 더구나 옥수수는 정부 차원 비축이 아직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밀, 콩, 옥수수가 필요한 기업의 자발적 비축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속성상 재고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에, 최소한의 생산 재고만을 유지한다.
새만금 활용 방안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새만금에 곡물 가공유통기지를 만들자는 의견이 등장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의 토지 면적은 291㎢(2만9100㏊)로 강화도(302㎢)만 한 땅이다. 이런 새만금에 식품 가공수출단지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10여 년 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곡물 가공유통기지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
곡물 가공유통기지는 새만금 신항만 배후단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새만금에는 현재 5만t급 선박 9척이 동시에 접안하는 대규모 항만이 건설되고 있다. 이 항만에는 250만 평 규모 배후 용지도 함께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 곡물 터미널과 가공기지를 건설해 동북아시아의 곡물 거래 허브로 만들자는 것이다. 새만금 신항만은 2025년까지 2선석 규모로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우선 35만 평 규모 배후 용지가 완성된다. 밀, 옥수수, 콩과 같은 곡물을 해외에서 들여와 가공도 하면서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기지를 건설하면 식량안보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터미널과 가공기지 자체가 비축기지 역할이기에, 유사시에 곡물을 가장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식량 콤비나트는 경제성이 관건
곡물 터미널 비즈니스에 먼저 눈을 뜬 것은 MB정부였다. 당시 aT가 정부 예산으로 해외 곡물터미널을 인수하기 위해 뛰었지만 허사였다. 세계 곡물 시장을 장악한 주요 업체들의 방해 공작 때문이었다. 이른바 'ABCD'라고 하는 ADM, 번기, 카길, 드레퓌스 등 4대 곡물 업체는 자신들만의 리그에 이방인 참여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것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19년 우크라이나에서 국내 처음으로 곡물 터미널을 인수해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팬오션도 2020년에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의 곡물 터미널에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세계 곡물시장에 한 발짝 들어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 연간 출하 가능 물량은 250만t에 달한다. 이는 연간 국내 밀 수요량(330만t)의 76%에 달하는 물량이다. 곡물 터미널을 보유한다는 것은 곡물 비즈니스에서 엄청난 파워다. 새만금에 이런 곡물 터미널과 함께 제분 등 가공 공장까지 들어선다면, 세계 곡물 시장에서 우리의 역할과 위상을 높일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은 곡물이 필요하지만, 저장공간 부족과 비용 부담으로 충분한 양의 곡물 비축을 하기가 어렵다. 정부 주도로 국내 항만에서 곡물 터미널과 사일로(원통형 저장시설), 가공시설 등이 운영된다면, 국내 식품업체는 사업의 안정적 영위를 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가 실현되려면 해결과제가 있다. 세계 곡물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생산지에서 선적해 곧바로 수요지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생산된 곡물이 제3국을 거쳐 수요지로 이동하면 하역과 선적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에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다. 곡물을 생산지에서 싣고 들어와 내렸다가 다시 수출하는 모델은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다. 원물 그대로를 단순 중개하는 사업보다는 원물을 들여다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는 한국적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이런 모델이 식량 콤비나트로 곡물과 식품 종합가공유통기지다. 콤비나트는 결합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로, 옛 소련이 공업단지에 붙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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