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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예술공간 봄

이윤숙 관장이 수원의 오래된 도심 행궁동에 대안공간 눈을 열고 동네를 벽화마을로 만들기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다. 허름한 동네에서 돈이 벌리지도 않고 시간과 에너지만 들이는 그의 문화 활동을 의심스럽게 생각한 주민도 있었으나, 기금을 받고 예술가가 오고가고 동네가 활기를 띄기 시작하자 그의 비전을 높이 평가하는 주민도 생겼다. 한 주민이 집을 팔게 되자 그를 찾아서 꼭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 조건은 자신이 아끼던 건물의 원형을 보존한 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달라는 것. 그렇게 2014년 예술공간 봄이 대안공간 눈 옆에 문을 열고, 수원의 문화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바로 옆에는 오래전부터 있던 창호공방.

문래동 도시재생

문래동에 철강공장, 용접소 등 거친 기계 소리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대기오염이 가속되면서 1980년대 이후 서울시의 정책으로 이전하는 공장이 늘기 시작했다. 빈 공간에 홍대 등 인근 미술대학에서 조각 등을 전공한 예술인들이 싼 임대료에 이끌려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약 25년 전. 지금 문래동은 각종 장르가 어우러진 문래예술촌으로 더 유명해졌다. 군데군데 벽화가 보이고, 철로 용접한 조각도 보인다. 사진은 문래예술촌의 대표 얼굴로 잘 알려진 깡통 로봇.

당진 아미미술관

미술관은 꿈을 먹고 탄생한다. 설립자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꿈의 크기도, 질도, 깊이도 달라진다. 여느 시골처럼 당진에도 폐교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폐교에 한 부부작가가 정착한 것은 1990년대 말. 파리 유학중 만나 결혼한 부부는 남편의 고향 당진의 낡은 학교 건물에 현대미술을 담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학을 보여주고 싶었다. 15년 넘게 매달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고 보수해 미술관을 열었다. 소담한 시골학교는 이제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쉼터가 되었고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온다. 미술관 카페에서 잠시 차 한잔을 마셔도 좋은 곳.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015년 가을 수원에 문을 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논란과 비판을 먹고 탄생한 곳이다.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로 유명한 현대산업개발은 수원에도 대단지 아파트를 개발해왔다. 그런 인연으로 수원시가 제공한 부지에 300억을 들여 미술관 건물을 짓고 시에 기부한 것이다. 조건은 바로 미술관 명칭에 있다. 공공시설을 의미하는 ‘시립’과 비즈니스 브랜드를 보여주는 ‘아이파크’라는 명칭이 공존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시민단체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세련된 건물에 좋은 전시를 열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한정된 재정을 가진 지자체의 성공한 문화사업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중국어 수요

21세기 한국문화는 중국인과 중국문화를 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중국식당, 중국어 간판, 중국어 가이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중국인의 한국행 덕분에 계속 생기는 것들이다. 중국인 관광객만 오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는 중국인 학생도 다수 온다. 투자 이민을 오는 이도 있고, 노동자도 있다. 사람이 몰리면 세상도 변한다. 대학가 교회에 중국어 예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정부가 종교가입에 개입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교회로 오게 하려면 낯설지 않은 모국어 예배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리빙룸 뮤지엄

쇼핑의 천국 홍콩. 홍콩의 백화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예술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이다. 타임스 스퀘어 백화점 1층 광장에 전시장을 만든 것은 2015년 초. 그러나 식상한 문화센터나 갤러리가 아니라 고급스런 ‘뮤지엄’이라는 명칭을 택했다. 집이 좁은 홍콩의 주민을 유혹하기 위해 ‘거실’을 칭하는 ‘리빙 룸’을 표방하며 마치 거실에서 편안하게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듯이 전시장에 오라는 의미로 ‘리빙룸 뮤지엄’을 만들었다. 지상 광장 최고의 자리에,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을 만들어, 특이한 예술가의 작업을 전시하면서 첨단을 달리는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마이클 라우의 전시를 하는 리빙룸 뮤지엄.

가파도의 까치집

도시의 까치들은 봄마다 전쟁이다. 산란을 위해 봄이면 집이 필요한데, 선로나 전기공급선에 집을 지었다가 한전, 코레일에서 나온 직원에게 압류당하기 쉽다. 영특한 까치는 나뭇가지 말고도 금속, 비닐 등 쓸만한 재료는 죄다 동원해서 집을 짓기 때문이다. 제주 가파도의 까치도 고민은 많다. 높은 나무가 많지 않아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적기 때문이다. 영특한 까치가 스피커 봉에 까치집을 지었다. 피뢰침 때문에 번개가 칠 수도 있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시끄러울 수도 있는데, 일단 집이 급했는지, 지어놓고 본 것 같다.

가파도의 유토피아

제주도 남쪽 가파도는 원래 무인도였다. 조선후기부터 사람이 들어와 개간을 하면서 마을을 형성했는데 1제곱킬로미터도 안되는 작은 섬이라 아직도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 섬 자체가 나지막한데다, 집들도 나지막해서 도시에 지친 사람에게 적격인 섬이다. 사람이 있는 곳에 문명이 있는지라 가파도의 집마당은 주인의 개성을 보여준다. 바다에서 주워온 물건, 돌을 쌓아 올리고 좋아하는 풀과 꽃을 심어 자기만의 유토피아를 만드는 주민도 있다. 한때 낚시꾼이 손님의 전부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4-5월의 청보리축제를 보러 오는 방문객이 넘쳐나서 잠시 유토피아가 소란스러워 지기도 한다.

제주 ICC의 벼룩시장

벼룩시장이 문화산업이 되고 있다. 문화이주자들이 몰리는 제주에서 마을마다 주말에 여는 벼룩시장은 이주민들의 교류의 장이다. 최근 제주도는 동아시아문화도시 개막식을 개최하면서 마을벼룩시장의 상인들을 모아 컨벤션센터의 로비에 임시 장을 만들었다. 초현대식 건물의 로비에 펼쳐진 장은 소담한 마을의 장터만큼 운치가 있지는 않다. 다만 사람이 모이는 장터가 중요한 행사의 부대행사가 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결국 문화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홍콩 ADC Art Space

최근 홍콩이 문화예술의 도시로 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정부의 홍콩예술발전위원회(HKADC)는 문화예술정책과 기금을 제공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예술가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예술가에게 저렴한 작업실을 제공하는 것도 이 기구의 업무이다. 2014년 허름한 공장지대의 웡죽항가에 문을 연 ADC 아트 스페이스는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힙싱홍사의 협력으로 시장보다 싼 가격에 공간을 임대하여 젊은 예술가와 단체에 재임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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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문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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