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시 떠받치는 기둥은 '출산율·가계소득'
한국 인구는 2015년 현재 5100만명이다. 그중 도시에 사는 사람 비율이 90%에 이른다. 그만큼 도시 경제는 국민 경제와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도시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부동산도 일반 경제의 수요와 공급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수요와 큰 관련이 있는 인구 특성의 변화는 너무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인구가 2030년 5200만명 고점을 찍고 2060년까지 44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구절벽은 경제 하락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출산율 하락으로 우리나라 인구 증가율이 0.7%(2000~2010년 평균)에서 0%로 낮아지면 장기적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 감소하고 1인당 소비는 5% 줄어든다고 관측했다. 생산성 높은 중년층이 줄어 노동의 평균 생산성이 11% 정도 줄기 때문이다.
◆ 출산율·노동소득분배율 저조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사람들의 소비수준은 높아지지만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은 늘지 않아 새로운 가족 탄생에 부담을 갖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보다 여유있는 소득과 지출이 있어야 인구가 늘어난다. 세계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은 2.5명인 데 비해 한국은 1.3명이다. 인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출산율이 2.2명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시장소득은 양극화되고 있고 가계는 왜곡된 지출 구조를 안고 있다. 가계의 시장소득과 지출구조를 개선해야만 인구절벽 없이 도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2015년 한국 GDP 규모는 1559조원으로 세계 15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감소 추세다.
소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확대해야 한다. 노동소득분배율은 GDP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한국은행이 밝힌 2015년 노동소득분배율은 62.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70% 수준이다. 7~8% 정도의 확대 여지가 있다. 낮은 노동소득분배율은 소득 격차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득 상위 1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90년 1분기 210만원에서 2014년 1분기 1002만원으로 5배가량 늘었다. 반면 하위 10% 소득은 같은 기간 25만원에서 82만원으로 3.3배로 느는 데 그쳤다. 노동소득분배율은 비정규직 소득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32%(600만명)를 차지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48% 수준이다. 이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8%에 그치고 있다. 중위소득 3분의 2 이하인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25%로 높다.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이 OECD 평균 수준이 된다면 지금보다 7~8% 정도 확대돼 연간 125조원(GDP 8%)의 시장소득이 가계에 돌아간다. 이 정도면 위축된 내수경기에 도움이 되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중산층 비중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중산층 비중은 20년 전보다 10% 이상 낮아져 현재는 65% 수준이다.
◆ 대학 졸업정원제 고려할 만
가계 지출구조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인구당 대학 수는 10년째 세계 1위이고, 20~30대 인구에서 대학 학력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OECD 중 1위다. 대학에 진학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으로 70%대 초반이다. 미국 64%, 일본 48%, 독일 36%, OECD 평균 40%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대학에 가기 위해 가계가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매년 20조원(GDP의 1.3%)이 넘는다. 대학 입학 전에 사교육을 받는 학생 비중도 80% 수준이다. 한국 대학생의 사립대 비중은 75%다. 국공립대 학생 비중은 25%로 OECD 평균(72%)과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가계가 부담하는 대학등록금 부담비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3배나 높다. 2015년 기준으로 약 23조원(GDP의 1.5%)에 이른다. 과외비와 대학등록금을 합치면 연간 43조원(GDP의 1.8%)에 달한다. 대학의 입학정원제를 졸업정원제로 바꾸면 경쟁력 없는 대학이 정리되고 사교육비 부담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원화가치는 낮게 유지되고 있다. 수출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나 되기 때문이다. 수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다. 환차익으로 대기업이 가져가는 몫은 중소기업보다 많다. 원화가치 저평가로 수입품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석유 식량 등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빅맥지수’로 본 원·달러 환율의 적정선은 873원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원화가 약 30% 저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것은 빅맥지수에 한정된 수치다. 원화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지면 가계의 지출 구조는 개선되고 소비지출은 늘어 내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우리나라 수입액은 약 500조원으로, 이 중 5~10% 정도 환율 개선을 하면 25조~50조원(GDP의 1.6~3.2%)의 여유가 생긴다.
◆ 가계 이자 부담 연간 40조원
한국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8%씩 늘어 지금은 1300조원이 넘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한국의 2016년 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88.8%로 높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빠르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흥국 가운데 13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가계부채 비율은 일본(65.9%)과 유로존(59.3%)에 비해 현저히 높다. 미국(79.2%)보다 10%가 높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가계부채의 임계치를 75% 수준으로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부채가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는 현재의 소득으로 생활하기 어려워 더 많은 빚을 내 생활하고 있다. 시장소득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가중 평균금리가 3%인 점을 감안하면 가계는 연간 40조원(GDP의 2.5%) 이상의 이자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인구 증가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해 시장소득을 개선해야 한다. 대학도 졸업정원제로 바꿔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 환율도 바꿔 원화가치를 수입물가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와 이자부담 축소를 위해서는 소득을 늘리고 비정상적인 지출을 개선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 내수가 증가하고 출산율도 올라 인구절벽 없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
[한경 BIZ School] 도시 떠받치는 기둥은 '출산율·가계소득'
최민성 < 델코리얼티그룹 대표 >
본 칼럼은 2016년 11월 03일 '한국경제'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