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싱가포르, 공공분양 아파트 늘려 주택난 해소
서울 인구가 1000만명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주택을 확보(임차 포함)하지 못한 중저소득층이 서울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서울 인접지역인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 고양 삼송지구, 성남 위례신도시 등의 인구는 늘고 있다. 계속되는 저금리로 서울의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물량이 줄어들고, 공급 부족으로 다시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이에 부담을 느낀 중하층과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경기지역으로 이사를 간다.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금은 1554만원이지만, 경기 아파트 매매가는 1224만원으로 서울 매매가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서울시에서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역세권 2030 청년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역세권 인근 제2·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해주는 인센티브도 적용하고 있다.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젊은 층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리츠’도 설립했다. 하지만 공급 물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홍콩은 아파트 평균 가격이 중산층 연소득의 19배로 일반인이 주택을 구입하기가 세계에서 가장 힘든 도시다. 홍콩 정부는 앞으로 2년간 약 3만8000가구를 공급해 중고 주택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700만명이 살고 있는 홍콩에서 이 정도 공급으로는 어림없어 보인다. 서민들은 잘게 쪼개진 아파트(인당 3.7㎡)에서 살면서 공동시설을 사용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주택 부족에 대응하고 있지만 서민들이 대기하는 시간은 1년에서 3.9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홍콩 주택업체들은 역대 가장 작은 소형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 가격은 높기만 하다. 19㎡(5.7평) 아파트가 미화 25만7000달러에 팔리고 있다. 홍콩의 주택 사다리는 홍콩 주민들이 오르기에는 너무 높다. 주택 문제는 가장 불만스러운 정책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홍콩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중하층 이하 주민을 대상으로 연령, 소득, 가족 상황 등을 고려해 공공분양형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최초 구매자 우대와 최고 90%까지 우대금리 금융지원, 정부 보조금 제도 등도 운영하고 있다. 방 두 개짜리 60~65㎡(18~29평) 아파트값은 미화 6만6000달러 이하다. 요즘에는 도시 내 관심이 가장 높은 지역에서 공공분양형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상업시설과 식음시설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선보인 피너클 앳 덕스턴(Pinnacle@Duxton) 프로젝트는 도심에서 근무하는 중하층 근로자에게 아파트를 공급한 대표적 성공 사례가 됐다.
미국 상황도 어렵다. 미국의 주택소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임대주택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국 주택보유율은 평균 64.5%를 유지하다가 2004년 4분기에 69.2%로 정점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해 2016년 2분기에는 62.9%로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65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 배경은 우리와 비슷하다. 주택 신규 수요자인 밀레니엄 세대가 학자금 상환 부담 등으로 주택 구입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2009년 경기침체 탈출 이후 대도시 주택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임대료가 빠르게 오른 점, 경제의 저성장 추세로 근로소득과 소비여력 확대가 안 되고 있는 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까다로워진 점 때문이다.
적절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주택 선택 기회가 줄어들면 중산층 가구 수가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가구 수가 증가한다. 도시는 더욱 살기 좋고 일하고 놀기에 다이내믹한 장소로 진화하고 있지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커지면서 우울한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보스턴시 사례를 보면 중산층 가구 수가 25년간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가구 수가 급격히 증가해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도시를 대상으로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2000년과 2014년 비교)에서도 203개 지역에서 중산층이 감소했으며 160개 지역은 저소득층 가구가 늘고 172개 지역은 고소득층 가구가 증가했다. 양극화 현상 심화의 한 단면이다. 사람들이 일자리와 문화적 만족을 위해 대도시로 몰리면서 주택난은 심해진다. 한편으로 재개발이나 도시재생을 통한 부동산 고급화(젠트리피케이션)가 진행되면서 역설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중저소득층은 도시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도시 내 양극화는 젠트리피케이션 결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도시재생 이익이 부유층에게 많이 돌아가고 저소득층은 밖으로 내몰리는 양면성을 안고 있는 패턴이기도 하다. 글로벌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가격 포인트를 갖춘 적절한 주택 공급은 근로자, 기업인, 투자자가 그 도시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경쟁력이 강한 대도시는 24/7(24시간 1주일 내내) 비즈니스 활동이 활발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밑바탕에는 적절한 가격의 주택 공급이 깔려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다양한 수준의 소득계층이 재생이익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적절한 주택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적절한 가격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이슈로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민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적정 수준의 주택(affordable housing) 목적을 이른 시간 안에 달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민간이 보유한 오래되고 비어 있는 오피스를 주택으로 전환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한경 BIZ School] 싱가포르, 공공분양 아파트 늘려 주택난 해소 최민성 < 델코리얼티그룹 대표 >
본 칼럼은 2016년09월30일 '한국경제'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원문 바로가기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9294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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