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 MZ세대 몰리는 서울상권
상권(商圈)은 떴다가 죽는다. 죽는 이유 중 하나는 이미 뜬 상권의 높은 임차료를 버티지 못한 이들이 새로운 상권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확보한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에 새롭게 둥지를 튼다. 그래서 뜬 상권 옆에 새로운 상권이 생기기 마련이다. 신촌에서 홍대로, 홍대에서 다시 연남동으로 이동한 상권이 다시금 신촌과 홍대를 넘보기 시작한 건 이러한 흐름의 영향이 크다. 그랬던 상권의 일반적인 공식이 한동안 팬데믹으로 무너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막힌 하늘길에 유동 인구가 뜸해지자 문을 닫는 매장이 속출했다. 한때 대한민국 소비 1번지라 불리던 서울 명동거리는 여전히 한 집 건너 한 집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선명하다.
그럼에도 1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다시금 불을 밝힌 상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은 이른바 ‘용리단길’이라 불리는 ‘용산·이태원 상권’과 인싸들의 성지가 되가고 있는 ‘망리단길’ 롯데월드타워 등 랜드마크가 확실한 ‘잠실 상권’ 그리고 불황에도 오히려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 동교·연남동(경의선 숲길 상권)과 성동구 뚝섬역 인근 상권들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연남·뚝섬 상권에는 ‘힙스터(자기만의 고유문화를 추구하는 젊은 층)’가 열광하는 랜드마크 상가가 즐비하다. 그들만의 문화를 찾는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상권 분위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공실률이 사실상 ‘제로(0)’ 수준이라는 평가다.
자료:
한국경제(https://www.hankyung.com/realestate/article/2023012900341)
매일경제(https://www.mk.co.kr/news/culture/10485660)
이코노미조선(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2/02/2022020200021.html)
일요신문(https://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2530)
조선닷컴(https://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8/2018050802934.html)
더중앙(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5683#home)
블로그(https://www.dbblog.co.kr/676 & http://blog.lookandwalk.com/ko/blog/tourseoul/5744)
델코지식정보
https://www.delco.co.kr/
1. 쇠락하는 홍대·이대·명동 상권
▶ 홍대상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서부권 상권의 중심이었던 홍대상권이 이처럼 쇠락한 것은 일차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라지고 방역 조치 등으로 유동 인구도 크게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고, 버티다 지친 상인들은 잇달아 가게를 접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 몹시 어려워졌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 계약 기간만 끝나면 보증금을 받아 철수하는 임차인이 많아졌다. 웬만한 벌이로는 다달이 임대료 내기도 어려우니 빈 상가들이 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홍대상권이 더 이상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홍대상권은 2000년대 초반부터 클럽 문화가 형성되면서 수많은 20대를 끌어모으는 ‘젊음의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임대료 상승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이탈 현상)’이 진행되며, 점차 프랜차이즈 위주의 특색 없는 거리가 되어갔다.
▶ 이대상권 서대문구 대현동 일대 ‘이대 상권’은 아예 괴멸에 가까운 정도로 쇠락한 모습이다. 이대 상권 또한 홍대상권과 함께 서부권 핵심 상권으로 꼽혔었다. 의류 판매점과 화장품 가게가 밀집해 젊은이들의 패션 소비를 책임지던 곳이었으나, 화장품 로드숍과 보세 옷 가게 등은 대부분 폐업하고 오지 않는 ‘새 사장님’을 기다리는 황량한 처지가 되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던 중국인 관광객과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 명동상권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의 최신 유행 물품을 받아들이는 통로였고, 1950년대부터 양복점, 양장점, 미장원이 밀집했던 오래도록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뷰티로 명성을 누렸던 상권이었다. 인근에 백화점과 호텔이 밀집돼있고 대중교통도 발달해 접근이 용이한 서울의 대표상권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에서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서울의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했고. 각 브랜드들은 억대 임대료를 감수하고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한한령과 일본 경기 악화로 휘청이던 명동 상권에 코로나19는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96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1750만명)에 비해 94.5% 감소했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85%는 명동을 방문한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가 곧 명동의 유동인구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2. 서울 상권, MZ 세대 따라 움직인다.
서울에서는 MZ세대가 찾는 핫플레이스가 상권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기억에 남거나 남들과 다른 형태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고급 식음료와 유행을 이끄는 브랜드가 몰린 곳과 그렇지 않은 상권 운명이 선명하게 갈릴 것으로 부동산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고유문화를 추구하는 젊은 층인 MZ세대들이 선호하는 상권을 알아보자.
▶ 용리단길 사실 용산·이태원·한남동 지역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소식이 전해지기 훨씬 전부터 주목받던 상권이다.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MZ세대가 찾는 핫플레이스가 곳곳에 자리하며 상권 활성화를 이끌었다.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2019년 4월 56억4300여만원이었던 신용산역 일대 상가들의 매출액은 올 4월 72억4200여만원으로 약 30% 늘었다. 매출액에 비해 점포 수(2019년 118개→2022년 116개)의 변화는 거의 없어 유동인구 증가가 원인으로 풀이됐다. 그중 가장 붐비는 지역은 용리단길로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삼각지까지 이어지는 골목길로 작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곳곳에 산재한 MZ세대 여성들의 SNS 핫플레이스다. 예전엔 상권을 살리는 업종이 유통, 의류였다면 지금은 맛집이 살아야 상권이 산다. 맛집을 즐기는 이들이 바로 MZ세대이며 그중에서도 2030 여성 고객이 와야 상권이 뜨기 때문이다.
▶ ‘젠트리피케이션’이 만든 망리단길 붉은 벽돌의 오래된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 사이로 과일가게, 식당, 소품숍 등 작은 가게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망원시장이 리모델링되면서 지금은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서울의 골목이 되었다. 요즘말로 '힙'한 장소가 된 망원동 골목길은 이태원의 경리단길이라는 이름에 빗대어 '망리단길'이란 새 이름도 생겼다.
망원동 골목 사이사이에는 사람들의 애정과 사랑이 묻어나는 가게들이 많아 소위 '인싸'들이 성지가 되었다. MZ세대의 놀이터가 된 망원 골목길에서 가장 큰 특징은 서울이 아닌 듯한 고즈넉한 거리에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독특한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반전 매력’이다. 업주들 가운데 젊은 사장 비율이 높은 만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홍보에도 적극적이고, 이런 인기 있는 가게에서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수십 명씩 줄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망원역 상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3분기 연속 ‘제로(0%)’를 기록하고 있다. 신촌이나 홍익대, 연남동 등지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밀려난 젊은 사장들이 망리단길로 많이 유입됐고, 이를 쫓아 젊은 유동인구가 대거 찾아오는 선순환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어 공실은커녕 상가 매물도 잘 나오지 않으니 계속 주택을 개조해 상가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 잠실상권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서면서 지역 전체가 다 죽을 줄 알았는데…. 랜드마크가 생기면서 상권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주말엔 롯데월드타워가 가득 차는 건 기본이고 주변 상권까지 바글바글하다. 잠실역 상권은 지하철 2·8호선 환승역 잠실역이 있어 송파구와 강동구, 하남시를 연결하는 교통 요지다. 잠실역을 사이에 두고 롯데월드몰,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 석촌호수 등 대형 랜드마크가 자리 잡고 있다. 주말이면 쇼핑과 여가를 즐기려는 유동인구로 항상 북적댄다. 명실상부 송파구 최고 상권인 잠실역 상권은 롯데월드타워 개장 이후 젊어지면서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
송파구의 대표 먹자·유흥 상권인 방이동 먹자골목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숙박업소들이 들어서면서 모텔촌과 유흥업소가 증가하면서 성장했고 아직도 이 업종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권들과는 달리 상권 외곽이 주택가, 기업체, 모텔 등으로 막혀 내부로 들어가지 않으면 상권이 있는 줄조차 모른다. 과거 이곳의 주요 소비층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다른 지역에서 방문하는 젊은 층이 늘고, 7000여명의 삼성SDS 직원 영향으로 소비 연령대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연령별 유동인구를 보면 30대가 22.2%, 40대가 20.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석촌호수 카페거리는 롯데월드몰 맞은편 석촌호수 길을 따라 조성돼 있다. 이곳에 형성된 주상복합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임대료가 비싸다. 카페와 레스토랑도 객단가가 다소 높지만 구매력을 갖춘 수요가 많아 계속 확장되고 있고 주 고객층은 젊은 층부터 50대까지 다양하고 평일보다는 주말에 유동 인구가 많다. 낮 시간에도 유동 인구가 많지만 석촌호수 야경을 보기 위해 저녁 시간에도 많이 찾아온다.
석촌호수 동쪽엔 ‘송리단길 상권’도 뜨고 있다. 송리단길은 경리단길, 망리단길에 이어 송파구의 ‘송’자를 따서 붙인 이름으로 20~30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송리단길은 석촌호수 카페거리 아래쪽으로 뻗어있으며, 2년 전만 해도 평범한 주거지역이었는데 롯데월드타워 개장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며 상권이 성장했다. 다른 골목처럼 특색있는 식당과 분위기 있는 카페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SNS(소셜미디어)와 블로그에서 유명세를 탔다. 송리단길은 유명 맛집 셰프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알려지며 최근 외국인을 겨냥한 태국, 일본, 유럽 음식점도 생겨나는 추세라고 한다.
▶ 연남·동교동 상권 지난 2015년 조성된 경의선 숲길을 따라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상권이다. 풍부한 녹지 덕분에 ‘연트럴파크’로 불리기도 하는 핫플레이스다. 숲길을 따라 형성된 상권에선 카페와 음식점 외에도 팝업스토어와 플리마켓, 타로 사주점, 사진관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하고 20~40대 젊은 사장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주택가 상권에서 독특한 감각으로 꾸민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가게들이 많고 프랜차이즈도 수백 호점을 넘긴 뻔한 브랜드들보다는 아직 ‘힙함’을 잃지 않은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연남동 상권은 처음부터 상가 용도로 지어진 건물보다는 단독·다세대주택의 일부분을 상가로 용도 변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종의 ‘레트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상권의 모습이 MZ 세대에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학생 박모(22)씨는 “시끄럽고 복잡하기만 한 홍익대 앞과는 달리 연남동은 골목을 걷기만 해도 재밌다”면서 “이렇게 산책을 하다가 마음 동하는 대로 카페를 가거나, 스티커 사진을 찍거나, 액세서리를 구경하거나 할 수 있는 게 연트럴파크의 매력”이라고 했다. 공실률도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동교·연남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2%로 자연공실률(약 5%)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4.2%에 불과했다. 같은 분기 홍대·합정(17.7%)과 신촌·이대(14.6%)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다. 사실 코로나19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오히려 상권이 성장하는 추세라 공실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 뚝섬 상권 성수동은 과거 수제화 제작 업체 등 경공업이 밀집해 있어 서울의 대표적인 공장지대로 꼽혔다. 낙후지역인 만큼 임대료가 저렴했다. 이에 홍대와 이태원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소셜 벤처나 예술가, 그리고 카페 및 음식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옮겨오면서 점차 개성 넘치고 특색을 갖춘 지역으로 변모해나갔다. 성수동 상권은 지하철 2호선(뚝섬역·성수역)에 수인 분당선 서울숲역이 지나는 더블 역세권일 뿐만 아니라 서울숲과 한강까지 인접해 우수한 환경을 자랑한다.
공장을 개조해 2011년 오픈한 창고형 갤러리 카페 대림창고는 성수동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이 일대가 공장지대였기 때문에 500평대의 대규모 카페를 짓는 것이 가능했고, 공간을 트렌디하게 풀어내면서 젊은 층의 취향까지 저격했다. 대림창고를 시작으로 할아버지 공장, 성수연방 등도 공장을 개조한 공간이자 성수동의 랜드마크로 주목받았다. 이후 성수동 창고 부지를 리모델링한 카페와 음식점이 늘어났고 분위기가 바뀌면서 젊은이들이 찾는 상권이 됐다.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은 성수동의 상징이 됐고, 뉴트로(새로운 복고) 트렌드와도 맞물리면서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MZ세대에게 각광받았다.
성수동 상권에서 가장 핫한 거리는 ‘연무장길 카페거리’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의 단독매장부터 무신사 스튜디오, 까페 센느, 도치피자, 보이어, 이태리차차차, 큐씨오, 오와리 등 MZ세대들의 놀이터가 곳곳에 포진해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맛집과 의류매장, 카페 등이 자리한 거리 주변엔 대형업무지구도 들어섰다. 성수동엔 올 1월 기준 총 85개의 지식산업센터가 자리했다. 서울에선 금천구 가산동(13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패스트파이브, 헤이그라운드 등 공유오피스도 많다. KT&G가 운영하는 공유오피스 ‘상상플래닛’, 아주그룹이 투자한 ‘스파크플러스’도 성수동에 있다.
3. 힙스터 몰리는 뜨는 상권들의 특징
일명 뜨는 상권에는 ‘힙스터(자기만의 고유문화를 추구하는 젊은층)’가 열광하는 랜트마크 상가가 즐비하다. 그들만의 문화를 찾는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상권 분위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공실률이 사실상 제로(0)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들 상권은 기존 상권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기존 상권이 주거단지, 오피스, 역세권 등 배후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과 달리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점처럼 퍼져가는 상권이다. 레트로 감성을 타고 젊은 층이 찾아가는 상권으로 얼마나 확장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낙후한 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오르면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으로 처음에 토종 맛집을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늘었다. 차츰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면서 특색을 잃었던 다른 상권들처럼 상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좋은 식음료와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유지돼야 한다. 다행인 점은 이들 상권은 소규모 점포가 많아 임대료 상승률이 비교적 높지 않아 한동안은 상권의 인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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